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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http://kietrion.egloos.com/3907571 임당.
'동방프로젝트' - 현대적 '창작'의 한가지 궁극형태
일본에는 '코믹마켓'[이하 코미케]이라고 불리우는 행사가 있다. 이 행사에서 주로 취급하는 것은 일명 동인同人이라 불리우는 종류의 창작물이다. 이 '동인창작물'은 과거에는 단순히 취미 따위를 동기로 하여 자비로 창작물을 출판/발행하는 것을 일컬었으나, 근래에 있어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원창작물을 패러디하거나 원창작물에서 있었을 법한 이야기, 혹은 캐릭터만을 따온 일명 '2차창작'으로 변형- 혹은 전락해버렸다.
이쪽-속칭 '오타쿠'-계통의 이야기를 할 때면 지겹도록 나오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하 에바]이다. 많은 이들이 에바에 대해 환멸을 느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바가 여러 가지로 시대에 획을 그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그 중 하나는 바로 에바라는 작품이 '서사'를 소비하는 시대에서 '캐릭터'를 소비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는 점이다. 서사가 있는 작품을 보고자란 '오타쿠' 세대가 직접 서사를 만들고자 한 첫 시도가 바로 에바라는 작품이었으나, 여기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 그들은 이후 99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서사를 포기하고 캐릭터 소비로 넘어가게 된다.
// 펌자 주 - 그러니까 에바를 보면 알지만, 감독은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사람들은 그 소재였던 '기독교 패러디' 열중한검니당. 그래서 감독이 열받아서 극장판에서 인물을을 죄다 세상 하직시켜버리죠... 그래서 여전히, 정식수입이 안되었던 2000년도에서 에바 관련 상품은 춘천에서도 잘나갔더랩디다.
그리고 그러한 소비형태가 이룬 한가지 궁극점이 바로 '동방프로젝트'이다.
'동방프로젝트' - '동인'이 이룬 하나의 신화
'동방프로젝트'라 함은 일본의 창작자 ZUN이 만들어내어 코미케를 중심으로 배포/판매한 일련의 게임군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게임군에서는 공통적으로 '하쿠레이 레이무'라 불리우는 소녀가 등장하며, 이 소녀가[혹은 키리사메 마리사]가 '환상향'이라는 환상적 세계관에 일어나는 이변을 해결하는 과정이 게임의 주를 이룬다.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미소녀 캐릭터를 다수 포진시킴과 함께 나름의 매력적인 게임성, 그리고 뛰어난 여러 배경음악을 갖춰 다방면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이 작품군의 전략은 멋지게 성공을 거두었다. 지금 동방프로젝트는 '동인계'에서 출발한 게임 가운데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3가지 가운데 하나이다.
더구나 그 3가지 중 나머지['월희'와 '쓰르라미 울 적에']가 다소 정석적인 애니메이션화 등을 통해 기존 매체로의 이행 과정을 거친 데에 반해, 동방프로젝트는 거의 순수하게 동인계 내에서만 자체 소비되어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동인'-'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연결고리망 안에서만 알려지고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명 '동인지'에 있어 하나의 장르로까지 자리잡고 배경음악의 어레인지 앨범이 매 코미케마다 몇 개씩이나 나올 정도로 이 작품군이 성공했다는 것은 놀랍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동방프로젝트가 다른 두 게임보다도 더욱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방프로젝트는 최근에나마 조금씩 만화책과 같은 기존 매체군으로의 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동방프로젝트가 '월희'나 '쓰르라미 울 적에'[이하 쓰르라미]에 비해 그 힘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기존 매체로의 이행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원작자 ZUN이 여러 러브콜을 거절해오다가 그나마 몇 개씩 승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동방프로젝트는 정말 보기 드문 힘과 전통을 가진 시리즈인 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동방프로젝트가 가진 힘의 근원인가?
// 월희 애니는 슈렉이니 보지 말고 번역본 보세요. 시간 적게들이고 이해 가능합니당. 쓰르라미는 패쓰.
// 사실 이 둘은 더이상 동인작이라 보기 힘듭니다. 월희의 제작사 Type-moon은 이후 아예 법인을 냈고, 프랑스빵, 에콜(데스크림존)과 합작해서 멜티블러드를 오락실, PS2용으로 발매했으며, PC, PS2로 fate를 냈고, 아크시스템웍스(길티기어 만든곳)랑 합작해서 대전게임이 나올 예정입니다. 쓰르라미를 만든 7th expension은 애니메이션을 4쿨이나 내버렸고 -_-;;;
'동방프로젝트' - 서사의 '여백'
우선 동방프로젝트가 월희와 쓰르라미에 가장 차별되는 점은 그 장르가 슈팅게임이라는 점이다. 월희나 쓰르라미 울 적에가 취한 일명 '비쥬얼노벨'의 장르가 VNAP과 같은 공개툴의 존재로 그 제작이 쉽고 가벼운데 반해, 동방프로젝트가 취한 슈팅게임이라는 장르는 그 제작에 있어서 보다 전문적인 기술을 요한다. 아무래도 대부분이 전문기술을 가지지 못한 동인들은 CG몇장과 텍스트만으로도 이루어지는 비쥬얼노벨이라는 장르를 제작에 있어서 보다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동방프로젝트는 그러지 않았다
.
이를 단순히 제작자인 ZUN이 전문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혹은 그가 슈팅게임을 보다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를 꺼내는 것도 억설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ZUN이라는 창작자가 부린 고도의 책략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동방프로젝트가 취하는 종스크롤 슈팅이라는 형태가 서사를 펼쳐내기엔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실 비쥬얼노벨과는 달리 어느 정도의 제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사 그 자체를 펼쳐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비쥬얼노벨과는 달리 슈팅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 측면이 게임의 주를 이루며, 따라서 플레이어는 제작자가 한정된 공간 안에 펼쳐놓은 제한된 서사만을 맛보게 된다. 서사 자체가 완결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이 분명치 않고 불분명 요소가 수도 없이 깔려 있다. 울타리가 완전하게 원형으로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 안은 정작 텅텅 비어있는 셈이다. 실제로 동방프로젝트의 2차창작을 즐기는 데에 있어서는 단지 등장 캐릭터들의 설정만 몇 줄 읽어도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서사의 한 부분에 불과했던 캐릭터는 간데없고, 캐릭터 그 자체가 독립해서 존재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서사의 부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것은, 동방프로젝트 안에서는 서사의 '여백'이 되었다.
오히려 큰 줄기, 뼈대밖에 없는 서사의 빈틈을 메우듯이 팬들이 상상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핍진감을 바탕으로 하여 상상을 서로 교류하나, 이 경우 그들은 결코 같은 서사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간에 같은 서사를 공유한다는 착각에 빠져있을 뿐이다.
// 추후 용어설명
// 도시전설 - ~~카더라 식의 괴담. 그러니까 학교의 100가지 불가시의나 홍콩할매귀신같은거
// 팬덤 - fan + kingdom 팬들이 만들어낸 왕국. 한 작품의 팬이 해당 작품에 대해 왕에게 대하는 것과 같은 충성을 바치는것에 대해 붙인 가상의 개념이다. 사실 너무 애매하다.
'동방프로젝트' - 캐릭터의 도시전설화
그러나 여기까지는 아직은 동방프로젝트만의 특징이 아니다. 비쥬얼노벨이라는 형식을 취하지 않은 게임의 팬덤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동방프로젝트가 더욱 더 특징적인 것은, 캐릭터마저도 정해진 고정상이 없다는 것이다.
동방프로젝트에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원작자인 ZUN이 그려낸 몇장의 타치에와 대전 전의 대화, 그리고 원작자가 공개한 설정 몇 줄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캐릭터의 상을 그려내기에는 부족한, 그야말로 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뼈대를 가지고 살을 최종적으로 붙인 것이 동방프로젝트의 수요층이다.
팬들은 원작에서 피상적으로만 보여진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들을 사용해 각종 2차 창작을 만들면서, 원작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혹은 아예 원작과는 배척되는 관계나 상황까지도 상상하고 서로간에 교류했다. 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가장 효과적인 형태로 이용하며, 일종의 이상적인 병렬 처리 구조와 같이 작용하며 하나의 거대한 상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갔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완성된 상은 결코 원작자의 것이 아니다. 그 기본 뼈대는 원작자가 제공했지만 거기에 덧붙인 살은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동인집단이 만들어낸 허상인 것이다.
하지만 또한 그것이 허상이기 때문에야말로, 캐릭터의 상은 결코 안정되지 않고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고정된 캐릭터의 원형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서 역시 캐릭터들은 그야말로 수요자의 수만큼 존재한다. 수요자 A와 B가 있다면 그들이 가지는 하쿠레이 레이무 상像 역시 레이무A와 레이무B로 나뉘는 것이다. 여기에서 레이무A는 레이무B와 많은 부분 겹치기는 하지만 결코 완전하게 동일하지 않으며, 동일하게 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A와 B는 서로간에 동일한 레이무 상을 가진다고 느끼며[혹은 착각하며] 교류해, 때로는 서로의 레이무 상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여 최종적으로 하쿠레이 레이무라는 거대한 공통환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08년의 레이무는 07년의 레이무와 다른 존재가 되며, 앞으로도 마치 생물과 같이 변화할 것이다. 애초에 레이무라는 원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들에게 인터넷 시대가 만들어낸 초월적 괴물이라는 수사를 붙이고 싶어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들은 시대의 추세를 가장 발빠르게 읽고 거기에 영합했다. 원작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형태로 변신하는 캐릭터- 팬덤 한명 한명을 그 세포로 삼아 만들어진 거대한 인공지능. 더 이상 서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한 괴물이다.
원형이 존재하지 않되, 피상적인 이미지만이 퍼져 자생적으로 진화를 거치고, 사람들에게 널리 영향을 끼치는 것- 도시전설이라는 말만큼 이를 비유하기에 어울리는 단어가 어디에 있을 것인가.
// 그러니까 동인층이 소비하고자 하는 캐릭터를 생산하여 소비한다는 겁니다. 원 생산자는 단지 그를 위한 틀을 제공할 뿐.
// 개인적으로 미래의 게임이 추구해가는 방향이 아닌가 합니다. 예를 들면 '스포어'나 '리틀 빅 플래닛'처럼.
// 추후 용어설명.
// ~~계 라는것은, 해당 캐릭 또는 작품이 해당 장르에 적합되게 설계된 것을 말합니다. 개그계는 캐릭이 원래 웃기기 위해 설계된거, 애로계는 성인물에 적합하게 되는것, 아키바계는 오덕군자에게 잘 팔리게 설계되는것 등.
'동방프로젝트' - '동인'의 '권위'
이와 같은 현상은 동방프로젝트의 팬덤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것으로, 그 때문에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들은 이미 나온 순간부터 원작자의 손을 떠나 자립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개그계 패러디에서 시리어스, 잔혹, 심지어 에로계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차용되고 변혁을 반복해온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들은 결코 원작의 빈약한 설명만으로는 쌓을 수 없는 역사를 내부에 쌓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독 동방프로젝트계열 팬덤에 한해서만은 일부 2차창작은 1차창작에 버금가는- 때로는 능가하기까지하는 권위를 가진다. '원작자라 하더라도 팬들의 설정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말이 공공연히 수긍될 수 있는 것이 동방프로젝트를 제외한 어떤 작품군에 있을 것인가.
실제로 '사이교아야카시', 'EX루미아', '하쿠레이 신사의 텅 빈 새전함', '중국이라 불리는 홍 메이링' 등등 동방 팬덤에서 오가는 여러 이야기는 원작에 어떤 근거도 없거나, 있더라도 근거가 매우 빈약한 것들이다. 오히려 원작보다는 일부 널리 영향을 미친 2차창작군이나 팬덤층에서 만들어진 설정들쪽이 다수를 차지하며, 그러한 설정들은 또다시 끝없는 자가복제와 진화를 거치는 것이다. 동방 팬덤은 수요자인 동시에 창작자로써 일종의 자위와도 같은 사이클을 가진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것이 결코 '건퍼레이드 마치 시리즈'[이하 건퍼레이드]로 대표되는 다른 '메타픽션'-게이머와 창작물의 소통을 시도하는 부류-의 형태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건퍼레이드는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이 직접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느끼게 하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착각에 가까우며- 어디까지나 창작자가 그들의 의사를 자신의 작품에 반영했다, 정도가 보다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건퍼레이드에서 작품은 아직 어디까지나 창작자의 손아귀에 있으며, 실제로 그것을 증명하듯 독자들은 매번 창작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주는 '숨겨진 설정'에 매번 혼란을 갖고 설정을 공부하는 지경에 이른다. 엄격히 말하면, 건퍼레이드 마치는 어디까지나 '사용자가 창작물에 참여했다'고 느끼게 하는 일종의 사기술인 것이다.
그러나 동방프로젝트는 다르다. 동방프로젝트는 실제로 '팬이 만들어가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늘어가는 캐릭터들의 각종 속성, 설정, 관계등에 원작자가 손을 댄 것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환상향이라는 세계는 계속해서 넓어져가며, 그것이 한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닌 만큼 가히 경이로울 정도의 깊이를 가진다. 이것은 역시 캐릭터를 소비하는 시대에 가장 적합한 진화의 한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실제로 동인집단에서 소비되고 생산되는 설정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서사가 아니라 캐릭터와 캐릭터들간의 관계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 건퍼레이드 마치도 꽤나 재밌습니다. 저해상도고 그래픽이 구리고 일본어고 전투가 지루하고 음성지원이 안되서 그렇지.
'동방프로젝트' - 현대적 '창작'의 한가지 궁극형태
현대 오타쿠 업계에 있어서 하나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메타픽션이다. 그 질문에 대해 여러 창작물이 여러 가지 답을 보여주었다. 팬들을 공황상태에 몰아넣었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단도직입적으로 모니터 밖의 플레이어에게 말을 걸고 손바닥을 겹쳐달라고 말했던 '취작', 그리고 취작을 나름대로의 테이스트로 세련되게 가공했다는 느낌의 '인피니티' 시리즈, 수요자를 우롱하는 것을 즐기는 듯한 건퍼레이드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동방프로젝트 역시 그 한가지 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동방프로젝트는 단지 소통을 시도하는 차원을 넘어, 그 창작이라는 행위 자체가 팬덤에게로 넘어가버렸으니까.
하지만 역시 동방프로젝트는 메타픽션과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구분으로는 동방프로젝트를 정확히 정의할 수 없다. 동방프로젝트는 동인이라는 계층에 무서울 정도로 적합하게 변화한 작품군이고, 이미 작가의 손마저 떠나 있다. 이 캐릭터 소비의 시대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한 괴물을 묘사하는 데에 그런 용어는 이미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동인에서 태어나 동인을 휘어잡은 이 작품군의 창조자 ZUN이 기존매체로의 이행을 끈질기게 거부해온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닐 듯 싶다. 동방프로젝트는 동인에 머물기에 그런 매력과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창작에 참여하는, 현대적 창작의 한가지 궁극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동방프로젝트가 애니메이션 등의 기존 매체로 이행해 그런 특성을 스스로 훼손했을 때, 이 기적적인 성취가 어떻게 망가질 지는 예상조차 가지 않는다.
동방프로젝트는 오늘도 팬덤이라는 뇌를 바탕으로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많은 이들이 이 거대하기까지한 실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동방프로젝트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흥분과 기대와 염려와 아쉬움을 담은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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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 압박.
뭐 보통은 잘 다루지않는 부분에 대한 글이라 한번 올려봤심당.
한마디로, 그 전까지의 서사(게임을 포함한)들이 제작자 -> 소비자 로의 일방적인 전달이었다 하면,
동방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소비자 주도적'으로 서사를 만들어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실제적인 대 성공(...뭐 금전적인 이유가 없었으니 아닐지도...) 으로 갔다는 겁니당.
이걸 보면서 생각난게,
1. 마비노기의 챕터형 스토리 진행 포기.
2. 동방에서 관찰한 WOW의 주 컨텐츠는 전장과 투기장이었다.
3. 헬게이트 오픈베타 2주만에 전챕터 클리어....
입니당.
즉 더이상 생산자 주도적인 컨텐츠는 힘들다... 라는 겁니당.
세상이 변한겁니당.
'동방프로젝트' - 현대적 '창작'의 한가지 궁극형태
일본에는 '코믹마켓'[이하 코미케]이라고 불리우는 행사가 있다. 이 행사에서 주로 취급하는 것은 일명 동인同人이라 불리우는 종류의 창작물이다. 이 '동인창작물'은 과거에는 단순히 취미 따위를 동기로 하여 자비로 창작물을 출판/발행하는 것을 일컬었으나, 근래에 있어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원창작물을 패러디하거나 원창작물에서 있었을 법한 이야기, 혹은 캐릭터만을 따온 일명 '2차창작'으로 변형- 혹은 전락해버렸다.
이쪽-속칭 '오타쿠'-계통의 이야기를 할 때면 지겹도록 나오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하 에바]이다. 많은 이들이 에바에 대해 환멸을 느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바가 여러 가지로 시대에 획을 그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그 중 하나는 바로 에바라는 작품이 '서사'를 소비하는 시대에서 '캐릭터'를 소비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는 점이다. 서사가 있는 작품을 보고자란 '오타쿠' 세대가 직접 서사를 만들고자 한 첫 시도가 바로 에바라는 작품이었으나, 여기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 그들은 이후 99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서사를 포기하고 캐릭터 소비로 넘어가게 된다.
// 펌자 주 - 그러니까 에바를 보면 알지만, 감독은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사람들은 그 소재였던 '기독교 패러디' 열중한검니당. 그래서 감독이 열받아서 극장판에서 인물을을 죄다 세상 하직시켜버리죠... 그래서 여전히, 정식수입이 안되었던 2000년도에서 에바 관련 상품은 춘천에서도 잘나갔더랩디다.
그리고 그러한 소비형태가 이룬 한가지 궁극점이 바로 '동방프로젝트'이다.
'동방프로젝트' - '동인'이 이룬 하나의 신화
'동방프로젝트'라 함은 일본의 창작자 ZUN이 만들어내어 코미케를 중심으로 배포/판매한 일련의 게임군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게임군에서는 공통적으로 '하쿠레이 레이무'라 불리우는 소녀가 등장하며, 이 소녀가[혹은 키리사메 마리사]가 '환상향'이라는 환상적 세계관에 일어나는 이변을 해결하는 과정이 게임의 주를 이룬다.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미소녀 캐릭터를 다수 포진시킴과 함께 나름의 매력적인 게임성, 그리고 뛰어난 여러 배경음악을 갖춰 다방면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이 작품군의 전략은 멋지게 성공을 거두었다. 지금 동방프로젝트는 '동인계'에서 출발한 게임 가운데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3가지 가운데 하나이다.
더구나 그 3가지 중 나머지['월희'와 '쓰르라미 울 적에']가 다소 정석적인 애니메이션화 등을 통해 기존 매체로의 이행 과정을 거친 데에 반해, 동방프로젝트는 거의 순수하게 동인계 내에서만 자체 소비되어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동인'-'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연결고리망 안에서만 알려지고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명 '동인지'에 있어 하나의 장르로까지 자리잡고 배경음악의 어레인지 앨범이 매 코미케마다 몇 개씩이나 나올 정도로 이 작품군이 성공했다는 것은 놀랍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동방프로젝트가 다른 두 게임보다도 더욱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방프로젝트는 최근에나마 조금씩 만화책과 같은 기존 매체군으로의 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동방프로젝트가 '월희'나 '쓰르라미 울 적에'[이하 쓰르라미]에 비해 그 힘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기존 매체로의 이행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원작자 ZUN이 여러 러브콜을 거절해오다가 그나마 몇 개씩 승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동방프로젝트는 정말 보기 드문 힘과 전통을 가진 시리즈인 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동방프로젝트가 가진 힘의 근원인가?
// 월희 애니는 슈렉이니 보지 말고 번역본 보세요. 시간 적게들이고 이해 가능합니당. 쓰르라미는 패쓰.
// 사실 이 둘은 더이상 동인작이라 보기 힘듭니다. 월희의 제작사 Type-moon은 이후 아예 법인을 냈고, 프랑스빵, 에콜(데스크림존)과 합작해서 멜티블러드를 오락실, PS2용으로 발매했으며, PC, PS2로 fate를 냈고, 아크시스템웍스(길티기어 만든곳)랑 합작해서 대전게임이 나올 예정입니다. 쓰르라미를 만든 7th expension은 애니메이션을 4쿨이나 내버렸고 -_-;;;
'동방프로젝트' - 서사의 '여백'
우선 동방프로젝트가 월희와 쓰르라미에 가장 차별되는 점은 그 장르가 슈팅게임이라는 점이다. 월희나 쓰르라미 울 적에가 취한 일명 '비쥬얼노벨'의 장르가 VNAP과 같은 공개툴의 존재로 그 제작이 쉽고 가벼운데 반해, 동방프로젝트가 취한 슈팅게임이라는 장르는 그 제작에 있어서 보다 전문적인 기술을 요한다. 아무래도 대부분이 전문기술을 가지지 못한 동인들은 CG몇장과 텍스트만으로도 이루어지는 비쥬얼노벨이라는 장르를 제작에 있어서 보다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동방프로젝트는 그러지 않았다
.
이를 단순히 제작자인 ZUN이 전문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혹은 그가 슈팅게임을 보다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를 꺼내는 것도 억설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ZUN이라는 창작자가 부린 고도의 책략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동방프로젝트가 취하는 종스크롤 슈팅이라는 형태가 서사를 펼쳐내기엔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실 비쥬얼노벨과는 달리 어느 정도의 제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사 그 자체를 펼쳐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비쥬얼노벨과는 달리 슈팅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 측면이 게임의 주를 이루며, 따라서 플레이어는 제작자가 한정된 공간 안에 펼쳐놓은 제한된 서사만을 맛보게 된다. 서사 자체가 완결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이 분명치 않고 불분명 요소가 수도 없이 깔려 있다. 울타리가 완전하게 원형으로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 안은 정작 텅텅 비어있는 셈이다. 실제로 동방프로젝트의 2차창작을 즐기는 데에 있어서는 단지 등장 캐릭터들의 설정만 몇 줄 읽어도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서사의 한 부분에 불과했던 캐릭터는 간데없고, 캐릭터 그 자체가 독립해서 존재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서사의 부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것은, 동방프로젝트 안에서는 서사의 '여백'이 되었다.
오히려 큰 줄기, 뼈대밖에 없는 서사의 빈틈을 메우듯이 팬들이 상상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핍진감을 바탕으로 하여 상상을 서로 교류하나, 이 경우 그들은 결코 같은 서사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간에 같은 서사를 공유한다는 착각에 빠져있을 뿐이다.
// 추후 용어설명
// 도시전설 - ~~카더라 식의 괴담. 그러니까 학교의 100가지 불가시의나 홍콩할매귀신같은거
// 팬덤 - fan + kingdom 팬들이 만들어낸 왕국. 한 작품의 팬이 해당 작품에 대해 왕에게 대하는 것과 같은 충성을 바치는것에 대해 붙인 가상의 개념이다. 사실 너무 애매하다.
'동방프로젝트' - 캐릭터의 도시전설화
그러나 여기까지는 아직은 동방프로젝트만의 특징이 아니다. 비쥬얼노벨이라는 형식을 취하지 않은 게임의 팬덤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동방프로젝트가 더욱 더 특징적인 것은, 캐릭터마저도 정해진 고정상이 없다는 것이다.
동방프로젝트에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원작자인 ZUN이 그려낸 몇장의 타치에와 대전 전의 대화, 그리고 원작자가 공개한 설정 몇 줄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캐릭터의 상을 그려내기에는 부족한, 그야말로 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뼈대를 가지고 살을 최종적으로 붙인 것이 동방프로젝트의 수요층이다.
팬들은 원작에서 피상적으로만 보여진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들을 사용해 각종 2차 창작을 만들면서, 원작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혹은 아예 원작과는 배척되는 관계나 상황까지도 상상하고 서로간에 교류했다. 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가장 효과적인 형태로 이용하며, 일종의 이상적인 병렬 처리 구조와 같이 작용하며 하나의 거대한 상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갔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완성된 상은 결코 원작자의 것이 아니다. 그 기본 뼈대는 원작자가 제공했지만 거기에 덧붙인 살은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동인집단이 만들어낸 허상인 것이다.
하지만 또한 그것이 허상이기 때문에야말로, 캐릭터의 상은 결코 안정되지 않고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고정된 캐릭터의 원형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서 역시 캐릭터들은 그야말로 수요자의 수만큼 존재한다. 수요자 A와 B가 있다면 그들이 가지는 하쿠레이 레이무 상像 역시 레이무A와 레이무B로 나뉘는 것이다. 여기에서 레이무A는 레이무B와 많은 부분 겹치기는 하지만 결코 완전하게 동일하지 않으며, 동일하게 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A와 B는 서로간에 동일한 레이무 상을 가진다고 느끼며[혹은 착각하며] 교류해, 때로는 서로의 레이무 상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여 최종적으로 하쿠레이 레이무라는 거대한 공통환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08년의 레이무는 07년의 레이무와 다른 존재가 되며, 앞으로도 마치 생물과 같이 변화할 것이다. 애초에 레이무라는 원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들에게 인터넷 시대가 만들어낸 초월적 괴물이라는 수사를 붙이고 싶어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들은 시대의 추세를 가장 발빠르게 읽고 거기에 영합했다. 원작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형태로 변신하는 캐릭터- 팬덤 한명 한명을 그 세포로 삼아 만들어진 거대한 인공지능. 더 이상 서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한 괴물이다.
원형이 존재하지 않되, 피상적인 이미지만이 퍼져 자생적으로 진화를 거치고, 사람들에게 널리 영향을 끼치는 것- 도시전설이라는 말만큼 이를 비유하기에 어울리는 단어가 어디에 있을 것인가.
// 그러니까 동인층이 소비하고자 하는 캐릭터를 생산하여 소비한다는 겁니다. 원 생산자는 단지 그를 위한 틀을 제공할 뿐.
// 개인적으로 미래의 게임이 추구해가는 방향이 아닌가 합니다. 예를 들면 '스포어'나 '리틀 빅 플래닛'처럼.
// 추후 용어설명.
// ~~계 라는것은, 해당 캐릭 또는 작품이 해당 장르에 적합되게 설계된 것을 말합니다. 개그계는 캐릭이 원래 웃기기 위해 설계된거, 애로계는 성인물에 적합하게 되는것, 아키바계는 오덕군자에게 잘 팔리게 설계되는것 등.
'동방프로젝트' - '동인'의 '권위'
이와 같은 현상은 동방프로젝트의 팬덤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것으로, 그 때문에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들은 이미 나온 순간부터 원작자의 손을 떠나 자립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개그계 패러디에서 시리어스, 잔혹, 심지어 에로계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차용되고 변혁을 반복해온 동방프로젝트의 캐릭터들은 결코 원작의 빈약한 설명만으로는 쌓을 수 없는 역사를 내부에 쌓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독 동방프로젝트계열 팬덤에 한해서만은 일부 2차창작은 1차창작에 버금가는- 때로는 능가하기까지하는 권위를 가진다. '원작자라 하더라도 팬들의 설정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말이 공공연히 수긍될 수 있는 것이 동방프로젝트를 제외한 어떤 작품군에 있을 것인가.
실제로 '사이교아야카시', 'EX루미아', '하쿠레이 신사의 텅 빈 새전함', '중국이라 불리는 홍 메이링' 등등 동방 팬덤에서 오가는 여러 이야기는 원작에 어떤 근거도 없거나, 있더라도 근거가 매우 빈약한 것들이다. 오히려 원작보다는 일부 널리 영향을 미친 2차창작군이나 팬덤층에서 만들어진 설정들쪽이 다수를 차지하며, 그러한 설정들은 또다시 끝없는 자가복제와 진화를 거치는 것이다. 동방 팬덤은 수요자인 동시에 창작자로써 일종의 자위와도 같은 사이클을 가진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것이 결코 '건퍼레이드 마치 시리즈'[이하 건퍼레이드]로 대표되는 다른 '메타픽션'-게이머와 창작물의 소통을 시도하는 부류-의 형태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건퍼레이드는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이 직접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느끼게 하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착각에 가까우며- 어디까지나 창작자가 그들의 의사를 자신의 작품에 반영했다, 정도가 보다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건퍼레이드에서 작품은 아직 어디까지나 창작자의 손아귀에 있으며, 실제로 그것을 증명하듯 독자들은 매번 창작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주는 '숨겨진 설정'에 매번 혼란을 갖고 설정을 공부하는 지경에 이른다. 엄격히 말하면, 건퍼레이드 마치는 어디까지나 '사용자가 창작물에 참여했다'고 느끼게 하는 일종의 사기술인 것이다.
그러나 동방프로젝트는 다르다. 동방프로젝트는 실제로 '팬이 만들어가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늘어가는 캐릭터들의 각종 속성, 설정, 관계등에 원작자가 손을 댄 것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환상향이라는 세계는 계속해서 넓어져가며, 그것이 한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닌 만큼 가히 경이로울 정도의 깊이를 가진다. 이것은 역시 캐릭터를 소비하는 시대에 가장 적합한 진화의 한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실제로 동인집단에서 소비되고 생산되는 설정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서사가 아니라 캐릭터와 캐릭터들간의 관계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 건퍼레이드 마치도 꽤나 재밌습니다. 저해상도고 그래픽이 구리고 일본어고 전투가 지루하고 음성지원이 안되서 그렇지.
'동방프로젝트' - 현대적 '창작'의 한가지 궁극형태
현대 오타쿠 업계에 있어서 하나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메타픽션이다. 그 질문에 대해 여러 창작물이 여러 가지 답을 보여주었다. 팬들을 공황상태에 몰아넣었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단도직입적으로 모니터 밖의 플레이어에게 말을 걸고 손바닥을 겹쳐달라고 말했던 '취작', 그리고 취작을 나름대로의 테이스트로 세련되게 가공했다는 느낌의 '인피니티' 시리즈, 수요자를 우롱하는 것을 즐기는 듯한 건퍼레이드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동방프로젝트 역시 그 한가지 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동방프로젝트는 단지 소통을 시도하는 차원을 넘어, 그 창작이라는 행위 자체가 팬덤에게로 넘어가버렸으니까.
하지만 역시 동방프로젝트는 메타픽션과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구분으로는 동방프로젝트를 정확히 정의할 수 없다. 동방프로젝트는 동인이라는 계층에 무서울 정도로 적합하게 변화한 작품군이고, 이미 작가의 손마저 떠나 있다. 이 캐릭터 소비의 시대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한 괴물을 묘사하는 데에 그런 용어는 이미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동인에서 태어나 동인을 휘어잡은 이 작품군의 창조자 ZUN이 기존매체로의 이행을 끈질기게 거부해온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닐 듯 싶다. 동방프로젝트는 동인에 머물기에 그런 매력과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창작에 참여하는, 현대적 창작의 한가지 궁극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동방프로젝트가 애니메이션 등의 기존 매체로 이행해 그런 특성을 스스로 훼손했을 때, 이 기적적인 성취가 어떻게 망가질 지는 예상조차 가지 않는다.
동방프로젝트는 오늘도 팬덤이라는 뇌를 바탕으로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많은 이들이 이 거대하기까지한 실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동방프로젝트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흥분과 기대와 염려와 아쉬움을 담은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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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 압박.
뭐 보통은 잘 다루지않는 부분에 대한 글이라 한번 올려봤심당.
한마디로, 그 전까지의 서사(게임을 포함한)들이 제작자 -> 소비자 로의 일방적인 전달이었다 하면,
동방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소비자 주도적'으로 서사를 만들어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실제적인 대 성공(...뭐 금전적인 이유가 없었으니 아닐지도...) 으로 갔다는 겁니당.
이걸 보면서 생각난게,
1. 마비노기의 챕터형 스토리 진행 포기.
2. 동방에서 관찰한 WOW의 주 컨텐츠는 전장과 투기장이었다.
3. 헬게이트 오픈베타 2주만에 전챕터 클리어....
입니당.
즉 더이상 생산자 주도적인 컨텐츠는 힘들다... 라는 겁니당.
세상이 변한겁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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