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시간 전이다. 내가 갓 전역한지 얼마 안 돼서 블렌딩 홈페이지에 살 때다. 웃대 왔다가는 길에, bk21에서 일단 찌질댔다. bk21 맞은편 블렌딩자게 앉아서 주둥이놀리던노인 이 있었다. 주둥이 놀리는 모습이나 보고 가려고 주둥이 놀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 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주둥이  하나 놀리는거 가지고 에누리 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들으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더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놀려나 달라고 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주둥이를 놀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놀리는것 같 더니, 저물도록 이 얘기 저얘기해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재미있는데, 자꾸만 더 주둥이를 놀리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얘기를 끝내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주둥이 놀리느라 정신이 없다. 사실 차 시 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주둥이를 놀리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끝내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듣는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얘기한단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차 시간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 들으시우. 난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놀려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재미없고 늦어진다니까. 이야기란 제대로 만들어야 지, 얘기하다 대충넘어가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얘기하던 것을 멈추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담아 피우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이야기를 마무리짓고 다 됐다고 한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이야기이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 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익명게시판 반정민의 글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그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이고,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집에 와서 들을 얘기를 해줬더니, 수연이는 재미있다고 야단이다. 여태 들은 이야기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이야기나 별로 다른 것 같지 가 않았다. 그런데 수연이의 설명을 들어 보니, 이야기가 너무길면 듣기가 힘이 들며, 이야기가 너무 짧으면 재미없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듣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竹器(죽기)는 혹 대쪽이 떨어지면 쪽을 대고 물수건으로 겉을 씻고 곧 뜨거운 인두로 다리면 다시 붙어서 좀체로 떨어지지 않는다 . 그러나 요새 竹器는 대쪽이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竹器에 대를 붙일 때, 질 좋은 부레를 잘 녹여서 흠뻑 칠한 뒤에 볕에 쪼여 말린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 한 뒤에 비로소 붙인다. 이것을 소라 붙인다고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접착제를 써서 직 접 붙인다. 금방 붙는다. 그러나 견고하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요새 남이 보지도 않는 것을 며칠씩 걸려 가며 소라 붙일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藥材(약재)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熟地黃(숙지황)을 사면 보통 것은 얼 마, 윗길은 얼마, 값으로 구별했고, 九蒸九日暴(구증구포)한 것은 세 배 이 상 비싸다. 구증구포란 아홉번 쪄내고 말린 것이다. 눈으로 봐서는 다섯 번 을 쪘는지 열 번을 쪘는지 알 수가 없다. 단지 말을 믿고 사는 것이다. 신 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남이 보지도 않는데 아홉 번 씩 찔 이도 없고, 또 그것을 믿고 세 배씩 값을 줄 사람도 없다. 옛날 사람 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물건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아름다운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 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공예미술품을 만들어 냈다.

이 이야기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젊은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 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추탕에 탁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블렌딩홈피에 접속하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자게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 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bk21의 자게를 바라다보았다. 자게에서는 각전공이 서로를 까고있었다 . 아, 그때 그 노 인이 저 까임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이야기 하다가 우연히 자게의 까임을 바라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採菊東籬不 (채국동리불)다가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도연명의 시구가 새어 나왔다 .오늘, 집에 들어갔더니 며느리가 주둥이를 놀리고 있었다. 전에 주둥이를 신나게 놀리던 생각이 난다. 주둥이 신나게 놀려본지도  참 오 래다. 이빨까는 소리도 들을 수 없다. 「萬戶衣聲(만호도의성) 」이니, 「위군추야도의성(爲君秋夜 衣聲)」이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 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4개월전의 주둥이 놀리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 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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